이 지도는 한국의 시군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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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산업 구도에서 본다면 이 지도는 ‘고용의 질이 높은’ 지역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평균 임금(100%) 대비 업종별 평균 임금 비교. 제조업(300인 이상) 종사자 평균 임금은 전체 평균의 1.84배에 달한다. (고용노동통계, 2017)
제조업 대기업 종사자들이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안정적 중산층’인 소도시들도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때는 분명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관점을 바꿔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180도로 말입니다.
제조업은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 환경의 빠른 변화로 인해 경쟁력을 장기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한동안 고용의 양과 질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그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제네럴모터스(GM)만 해도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군산을 포함해 세계 8개 국가의 도시에서 자동차공장을 폐쇄했습니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자동화, 디지털화의 흐름이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해외이전(off-shore)했던 공장을 자동화 한 뒤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re-shore) 현상도 나타납니다. OECD에 따르면 자동화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1995~2015년 사이 각 국가별 전체 고용 대비 숙련도 별 고용 비중의 변화(%). (OECD, 2018)
이제 지도를 다시 볼까요?
물론 산업마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모두 위기에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의 대규모 고용위기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이 지도부터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우리 지역의 색깔이 진하다면, 의존도가 높은 산업과 개별 사업장들의 상황이 어떤지, 얼마나 안전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실제로 그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들을 지도 위에 추가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300인 이상 제조업 종사자가 있는 지역’¹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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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
‘10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라는 정보를 더해 보겠습니다. 물론 한 지역에 1000인 이상을 고용한 제조업 대기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제1제조업 집중도
이번에는 ‘제1제조업 집중도’를 보겠습니다. 한 지역에서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높더라도, 그 업종이 다양하다면 한꺼번에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1제조업 집중도가 100%이거나 90% 이상이라면
제조업 고령화
이제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을 보겠습니다. ‘제조업 고령화’ 지도는 지역의 제조업 종사자 중에서 20대의 비중을 뽑아본 것입니다. 제조업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에 입사한 직원들이 이직 없이 은퇴까지 다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 위험도
다음은 ‘일자리 창출 위험도’입니다. 지역 제조업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그 정도가 작을수록 색깔을 진하게 표시했습니다. 그 지역 제조업 대기업이 위기에 빠지더라도, 주위에 크고 작은 제조업체들이 잘 자리잡고 있다면 그 위험을 일정 정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실업자들도 어느 정도는 지역 내에서 재취업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장인-주민 괴리도
다음은 ‘직장인-주민 괴리도’입니다. 이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국세청 연말정산 급여 정보를 가지고 살펴본 것입니다. 이 정보에서 색깔이 진한 곳은 이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에 비해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적은 곳입니다. 즉,
색깔이 옅을수록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과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비슷합니다.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더 높은 지역은 색깔이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는 제조업체의 지속가능성 면에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지역에 연구개발(R&D) 기반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색깔이 진할수록 지역에
이 정보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의 지표를 사용했으며 광역 단위로 적용됐습니다. 이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전 중심으로 과학기술혁신역량이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네트워크사업부 수원 이전을 발표한 것처럼, 제조업에 연구역량 및 혁신성이 요구될수록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 소도시 관점에서는 또 하나의 분명한 위험 요소입니다.
관리자·전문가 비중 위험도
마지막 정보는 ‘관리자 전문가 비중 위험도’입니다. 바로 앞의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와 연관됩니다. 지역 제조업이
이렇게
주목할 지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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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군
가장 진한 곳은 곡성군이네요. 곡성에는 제조업 대기업에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 단 한 개입니다. 이 곳에 종사하는 사람이 지역 전체 종사자의 22.58%에 달합니다. 당연히 제1제조업(고무, 플라스틱) 집중도는 100%입니다.
제조업 종사자 중에서 20대는 4.7%에 불과하고요. 과학기술혁신역량, 관리자 전문가 비율 측면에서 봐도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나은 점은 일은 곡성에서 하고 거주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이니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및 구조조정 상황마다 지역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지역의 노동자들과 정부 입장에서는 이 사업장이 계속 남느냐 아니냐는 이제부터 경영진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객관적 정보로 볼 때 이미 이 지역에서의 제조업 고용위기 가능성은 높아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울산광역시 동구, 북구
울산 지역은 이미 고용위기가 나타나 있습니다. 울산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북구는 현대자동차, 동구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용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북구 지역에 제조업 일자리 창출량이 상당히 낮은 점이 눈에 띕니다.
두 지역 모두 제조업 종사자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고, 과학기술역량은 낮습니다. 종사자에 비해 거주민의 비율도 낮습니다. 이런 상태는 이미 2014년부터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전라북도 군산시
2017년 조선업, 2018년 자동차 업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군산시를 볼까요? 생각보다 색깔이 두드러지게 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정보들에서 두루 중간 이상의 위험도가 보입니다. 특히 2016년 정보에서 제조업 일자리 창출 정도가 확연히 낮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보가 보여주는 시점의 바로 다음인 2017년부터 군산에서 고용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그나마 군산에는 조선과 자동차 외에도 철강, 화학 등 다른 업종의 대규모 공장이 있습니다. 직장인에 비해 주민들의 소득이 적은 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관광자원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군산이 고용위기에 허덕이고 있다면, 군산보다 위험도가 진한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그럼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는 지역의 특징을 보겠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시를 보면, 제1제조업 집중도가 높고, 제조업 일자리 창출량, 직장인-주민 괴리도는 중간 이상의 위험도를 보이는데도 전체적인 색깔은 옅습니다.
우선 300인 이상, 1000인 이상 제조업 종사자의 비중이 전체 종사자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종사자 중 20대의 비율도 23.7%로 꽤 높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혁신역량, 관리자 전문가 비중 측면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런 요건들이 전부 수원시 자체의 역량에서 갖춰졌을까요? 다른 제조업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울에 가까운, 수도권 도시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앞의 OECD 자료에서도 살펴봤듯이, 한 국가 안에서 수도 주위에 일자리 창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체로 수도권 사업장들이 전문가, 연구자를 채용하기가 쉽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기술 기반의 일자리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수원과 같이 수도권에서 옅은 색을 보이는 도시들은 앞으로 더 안전해지고, 지방의 짙은 색 도시들은 앞으로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조업 집중도는 심하지만 전체적인 위험도는 크지 않은 지역도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시가 대표적인데요. 300인 이상, 1000인 이상, 제1제조업 집중도가 모두 높은 지역입니다.
그렇지만 제조업 고령화 정도는 심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주민 괴리도와 과학기술혁신역량 위험도가 아주 낮습니다. 관리자, 전문가들도 꽤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러다보니 처음 300인 이상 제조업 집중도에서 두드러졌던 색깔이 종합 지도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중간 이상의 색상 진하기
2016년 지도 기준으로 중간(50.0) 이상의 색깔 진하기를 보이는 시,군,구만 표시해봅시다.
색깔이 진한 지역들을 다시 보게 되지 않으시나요? 이 지역에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용위기가 오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해야 할까요? 할 수 있다면 그런 노력도 해야겠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를 위한 대응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한 출발점은 ‘우리 지역에 고용위기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LAB2050이 ‘제조업 고용위기 시그널 지도’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스웨덴 말뫼, 호주 애들레이드, 미국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서 도출한 LAB2050의 ‘제조업 고용위기 대응 모델’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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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황세원, 고동현, 서재교
웹디자인: 조현익 (스튜디오 하프-보틀)
문의: joonchigirl@lab2050.org